1형 당뇨병을 관리하는 것은 단순히 혈당을 조절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집니다. 인슐린 의존성이 높은 1형 당뇨 환자에게는 언제든 발생할 수 있는 급성 합병증에 대한 이해와 대비가 필수적이며, 그중 가장 치명적일 수 있는 응급상황이 바로 당뇨병성 케톤산혈증(Diabetic Ketoacidosis, DKA)입니다. 이 글에서는 케톤산혈증이 무엇인지, 왜 1형 당뇨 환자에게 특히 위험한지, 그리고 어떻게 대처하고 예방해야 하는지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당뇨병성 케톤산혈증(DKA), 몸이 보내는 위험 신호
당뇨병성 케톤산혈증은 우리 몸이 포도당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하지 못할 때 발생하는 심각한 대사 합병증입니다. 1형 당뇨병의 경우, 췌장에서 인슐린이 거의 또는 전혀 생성되지 않아 세포가 혈액 속의 포도당을 에너지로 활용할 수 없게 됩니다.
에너지원이 고갈된 몸은 생존을 위해 지방을 대체 에너지원으로 분해하기 시작합니다. 이 과정에서 '케톤체(Ketone body)'라는 산성 물질이 생성됩니다. 케톤체는 소량일 경우 에너지원으로 사용될 수 있지만, 인슐린이 극도로 부족한 상황에서는 과도하게 생성되어 혈액에 축적됩니다. 혈액이 점차 산성으로 변하면서 신체의 정상적인 기능이 마비되는 위험한 상태, 이것이 바로 케톤산혈증입니다. 치료하지 않고 방치할 경우, 케톤산혈증은 혼수상태에 빠지거나 심각하면 사망에 이를 수 있는 매우 위급한 상황입니다.

1형 당뇨 환자에게 케톤산혈증이 더 위험한 이유
케톤산혈증은 2형 당뇨 환자에게도 발생할 수 있지만, 절대적인 인슐린 결핍 상태인 1형 당뇨 환자에게 훨씬 흔하고 위험하게 발생합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 인슐린의 절대적 부족: 1형 당뇨병은 자가면역 반응으로 췌장의 베타세포가 파괴되어 인슐린 생산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따라서 인슐린 주사를 맞지 않거나, 맞는 양이 부족할 경우 혈당이 급격히 치솟고 케톤 생성이 가속화될 수 있습니다.
- 급격한 발병: 1형 당뇨병 자체가 케톤산혈증을 첫 증상으로 진단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소아·청소년기에 갑작스럽게 발병하는 경우, 원인을 알 수 없는 증상으로 고통받다 응급실을 찾아서야 1형 당뇨와 케톤산혈증을 진단받기도 합니다.
- 스트레스 상황에 취약: 감염, 수술, 외상 등 신체적 스트레스나 심한 정신적 스트레스는 코르티솔과 같은 스트레스 호르몬 분비를 촉진합니다. 이 호르몬들은 인슐린의 작용을 방해하고 혈당을 높여 케톤산혈증의 위험을 증가시킵니다.
케톤산혈증의 주요 원인
1형 당뇨 환자에게 케톤산혈증을 유발하는 주요 원인은 다음과 같습니다.
- 인슐린 투여 중단 또는 부족: 정해진 시간에 인슐린 주사를 맞지 않거나, 용량이 부족할 때 가장 흔하게 발생합니다.
- 감염 질환: 폐렴, 요로감염 등 감염은 신체에 큰 스트레스를 주어 혈당을 급격히 상승시킵니다.
- 급성 질환: 심근경색, 뇌졸중, 췌장염 등 다른 심각한 질병이 발생했을 때.
- 특정 약물 복용: 스테로이드제와 같은 일부 약물은 혈당을 높일 수 있습니다.
- 심한 탈수 또는 외상

놓치지 말아야 할 케톤산혈증의 증상
케톤산혈증의 증상은 비교적 빠르게 나타나며, 초기 증상을 알아차리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초기 증상:
- 심한 갈증과 잦은 소변 (다뇨): 혈액 속 높은 포도당을 몸 밖으로 배출하려는 신체의 반응입니다.
- 극심한 피로감과 무기력증
- 뚜렷한 이유 없는 체중 감소
- 구역질과 구토, 복통: 특히 소아 환자에게서 복통이 흔하게 나타나 급성 복증으로 오인되기도 합니다.
증상이 심해질 경우:
- 숨 쉴 때 과일 향 또는 아세톤 냄새: 혈액에 쌓인 케톤이 호흡을 통해 배출되면서 나타나는 특징적인 증상입니다.
- 깊고 빠른 호흡 (쿠스마울 호흡): 산성화된 혈액을 정상으로 되돌리기 위해 몸이 이산화탄소를 내보내려는 호흡 패턴입니다.
- 의식 저하 및 혼란: 상태가 악화되면 의식이 흐려지고 혼수상태에 빠질 수 있습니다.

응급 상황 대처 및 치료 방법
케톤산혈증이 의심되는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병원 응급실을 방문해야 합니다. 자가 치료는 불가능하며, 신속한 의료적 개입이 생명을 구하는 길입니다.
병원에서의 치료는 주로 다음의 3가지 원칙에 따라 이루어집니다.
- 수액 공급: 탈수 교정과 혈액 순환을 개선하기 위해 정맥으로 다량의 수액을 신속하게 공급합니다.
- 인슐린 주사: 혈당을 낮추고 케톤 생성을 억제하기 위해 속효성 인슐린을 정맥으로 주사합니다. 혈당 수치를 급격히 떨어뜨리면 뇌부종 등의 위험이 있으므로, 의료진의 면밀한 모니터링 하에 조심스럽게 투여합니다.
- 전해질 교정: 구토와 다뇨로 인해 손실된 칼륨, 나트륨 등 필수 전해질을 보충하여 신체 균형을 맞춥니다.
케톤산혈증 예방을 위한 생활 수칙
케톤산혈증은 매우 위험하지만, 철저한 자기 관리로 충분히 예방할 수 있습니다.
- 규칙적인 인슐린 투여: 의사의 처방에 따라 정해진 시간에 정확한 용량의 인슐린을 주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 주기적인 혈당 및 케톤 측정: 평소 혈당을 꾸준히 측정하고, 혈당이 250mg/dL 이상으로 높게 유지되거나 몸이 아플 때는 소변이나 혈액 케톤 검사를 시행하여 케톤 수치를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 '아픈 날 관리(Sick day rule)' 숙지: 감기나 다른 질병으로 아플 때는 혈당이 더 불안정해질 수 있습니다. 아프더라도 인슐린 주사를 거르지 말고,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며 평소보다 혈당을 더 자주 측정해야 합니다. 필요한 경우 의사와 상의하여 인슐린 용량을 조절해야 합니다.
- 당뇨병 인식표 착용: 외출 시에는 1형 당뇨 환자임을 알리는 인식표나 카드를 항상 소지하여 응급 상황에 대비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1형 당뇨 환자에게 당뇨병성 케톤산혈증은 언제나 경계해야 할 대상입니다. 하지만 그 원인과 증상, 그리고 예방법을 정확히 알고 있다면 두려워할 필요는 없습니다. 꾸준한 자기 관리와 신속한 대처로 건강한 일상을 지켜나가시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