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당뇨병 인구가 600만 명을 넘어섰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30세 이상 성인 6명 중 1명이 당뇨병 환자일 정도로 '국민 질병'이 되었지만, 안타깝게도 당뇨병에 대한 '가장 흔한 오해'들 역시 널리 퍼져있습니다.
잘못된 상식은 오히려 혈당 관리를 방해하고 심각한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오늘은 인터넷과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당뇨에 대한 가장 흔한 오해 7가지'를 선정하여 그 뒤에 숨겨진 '진실'을 명확하게 파헤쳐 보겠습니다.

1. 오해: "단것(설탕)을 많이 먹으면 무조건 당뇨병에 걸린다"
💡 진실: '직접적 원인'이라기보다 '위험 요인'입니다.
많은 분이 '설탕 = 당뇨'라고 생각하지만, 이는 절반만 맞는 말입니다.
- 1형 당뇨병은 췌장의 베타세포가 파괴되어 인슐린이 거의 분비되지 않는 '자가면역질환'으로, 설탕 섭취와 직접적인 관련이 적습니다.
- 2형 당뇨병은 유전적 요인과 함께 비만, 식습관, 운동 부족 등 복합적인 요인으로 발생합니다.
물론, 단 음식을 과도하게 섭취하면 체중 증가와 비만으로 이어지기 쉽고, 이는 인슐린 저항성을 높여 2형 당뇨병의 강력한 위험 요인이 됩니다. 즉, 설탕 섭취 자체가 아니라 '설탕 과다 섭취로 인한 비만'이 당뇨병의 주된 원인 중 하나라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합니다.

2. 오해: "당뇨병은 뚱뚱한 사람만 걸리는 병이다"
💡 진실: 마른 사람도 안심할 수 없는 '마른 당뇨'가 있습니다.
비만이 2형 당뇨병의 핵심 위험 요인인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체중이 정상이거나 심지어 마른 사람에게도 당뇨병은 발생할 수 있습니다.
- 인슐린 분비 능력 저하: 특히 한국인을 포함한 동양인은 서양인에 비해 췌장의 인슐린 분비 능력이 선천적으로 낮은 경우가 많습니다.
- 근육 부족: 체중이 적게 나가더라도 근육량이 현저히 부족하면, 섭취한 포도당을 저장할 공간이 부족해 혈당이 쉽게 오릅니다.
- 내장 지방: 겉보기엔 말랐지만 배, 간 등 장기 주변에 지방이 많은 '내장 비만'은 인슐린 저항성을 심각하게 높입니다.
따라서 체중계 숫자와 상관없이, 잘못된 식습관(고탄수화물, 폭식 등)과 운동 부족이 지속된다면 마른 체형이라도 당뇨병의 위험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3. 오해: "당뇨병에 걸리면 과일은 절대 먹으면 안 된다"
💡 진실: '종류'와 '양'을 조절하면 훌륭한 간식이 됩니다.
"과일은 건강식이니까 괜찮겠지"라며 많이 먹거나, "과일은 당이 많으니 절대 안 돼"라며 아예 끊는 것은 둘 다 올바른 방법이 아닙니다.
과일에는 단순당(과당)도 있지만, 식이섬유, 비타민, 미네랄 등 유익한 영양소가 풍부합니다. 중요한 것은 '혈당지수(GI)'와 '섭취량'입니다.
- 권장: 혈당을 천천히 올리는 블루베리, 딸기, 토마토, 자몽, 사과(반쪽) 등
- 주의: 혈당을 빨리 올리는 수박, 포도, 바나나, 열대 과일(망고 등), 과일 주스, 즙
- 팁: 과일은 식후 디저트보다 식간(식사 2시간 후)에 간식으로 섭취하는 것이 혈당 스파이크를 막는 데 도움이 됩니다.

4. 오해: "당뇨병은 나이 든 사람만 걸리는 노인성 질환이다"
💡 진실: 3040 '젊은 당뇨' 환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과거 당뇨병은 50대 이상 중장년층의 전유물처럼 여겨졌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닙니다.
- 1형 당뇨병: 주로 소아, 청소년기에 발병합니다.
- 2형 당뇨병: 서구화된 식습관(배달 음식, 고지방식), 운동 부족, 극심한 스트레스 등으로 인해 30대, 40대 젊은 층에서의 2형 당뇨병 발병률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젊은 나이에 발병하는 당뇨병은 유병 기간이 길어지는 만큼 합병증의 위험도 훨씬 크므로, "나는 아직 젊으니까"라는 생각은 매우 위험합니다.
5. 오해: "당뇨병은 '완치'가 가능하다"
💡 진실: 완치(Cure)가 아닌 '관리(Management)'하는 병입니다.
"당뇨 완치", "이것만 먹으면 당뇨 끝" 등의 광고 문구는 매우 위험합니다. 현대 의학으로 당뇨병은 '완치'되는 병이 아닙니다.
이는 고혈압과 마찬가지로 평생 조절하고 관리해야 하는 '만성 질환'입니다.
- 관해(Remission): 당뇨병 진단 초기, 적극적인 식단 조절과 운동, 체중 감량을 통해 약물 없이도 정상 혈당을 유지하는 '관해' 상태에 이를 수는 있습니다.
- 지속적인 관리: 하지만 '관해'는 '완치'가 아닙니다. 관리가 소홀해지면 언제든 혈당은 다시 높아질 수 있습니다.
'완치'라는 말에 현혹되어 검증되지 않은 민간요법에 의존하다가 치료 시기를 놓치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합니다.
6. 오해: "당뇨병은 별로 심각하지 않은 병이다"
💡 진실: 그 자체보다 '합병증'이 무서운 질병입니다.
당뇨병 자체가 즉각적인 고통을 주지 않기 때문에 그 심각성을 간과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당뇨병이 진정 무서운 이유는 '혈관 합병증' 때문입니다.
높은 혈당이 지속되면 우리 몸의 혈관은 마치 설탕물에 절여지듯 서서히 망가집니다.
- 미세혈관 합병증:
- 망막병증: 실명에 이를 수 있습니다. (국내 3대 실명 원인 중 1위)
- 신경병증: 손발 저림, 감각 마비, 족부 궤양 (심하면 발 절단)
- 신장병증: 만성 신부전으로 혈액 투석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 대혈관 합병증:
- 심근경색, 협심증 (심혈관 질환)
- 뇌졸중 (뇌혈관 질환)
당뇨 관리는 결국 이 무서운 합병증을 예방하기 위한 것입니다.
7. 오해: "인슐린을 맞기 시작하면 '실패'한 것이고, 평생 맞아야 한다"
💡 진실: 인슐린은 가장 강력하고 효과적인 '치료 도구'입니다.
많은 환자가 인슐린 주사를 '최후의 수단' 또는 '당뇨 관리 실패'의 낙인처럼 생각하며 거부감을 갖습니다.
하지만 이는 심각한 오해입니다.
- 췌장 보호: 경구 혈당강하제로 조절이 안 될 때, 췌장이 더 망가지기 전에 인슐린을 조기에 사용하여 췌장의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 적극적인 혈당 조절: 인슐린은 우리 몸에 부족한 호르몬을 직접 보충해 주는 가장 자연스럽고 강력한 혈당 조절 방법입니다.
- 일시적 사용: 수술, 임신, 감염 등 특정 상황에서는 일시적으로 인슐린을 사용했다가 다시 경구약으로 돌아가는 경우도 많습니다.
인슐린은 '실패'가 아니라, 합병증을 막기 위한 '가장 적극적인 치료'입니다. 전문의의 판단에 따라 필요하다면 주저하지 말고 시작하는 것이 현명합니다.
✏️ '아는 것'이 당뇨 관리의 첫걸음입니다
"단것 때문에", "뚱뚱해서"라는 단순한 오해부터 "인슐린은 안 돼"라는 치료에 대한 편견까지, 당뇨병을 둘러싼 7가지 오해와 진실을 알아보았습니다.
당뇨병 관리는 잘못된 정보와의 싸움이기도 합니다. 부정확한 정보에 휘둘리기보다, 오늘 알게 된 정확한 사실을 바탕으로 주치의와 긴밀히 소통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올바른 지식과 꾸준한 실천만이 당뇨병 합병증을 막고 건강한 삶을 유지하는 유일한 길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