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매일 거울을 보며 얼굴을 살피지만, 정작 우리 몸 곳곳에 있는 '점'에는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저 "새로운 점이 생겼네?" 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기곤 하죠. 하지만 피부에 나타나는 사소한 변화가 때로는 우리 몸이 보내는 아주 위험한 신호일 수 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특히 '피부암' 중에서도 악성도가 높기로 유명한 흑색종(Melanoma)은 조기 발견이 생존율을 결정짓는 핵심 요인입니다. 단순히 미용적인 문제로만 생각했던 점이 사실은 암의 씨앗일 수도 있습니다.
오늘은 피부과 전문의들이 강조하는 '피부에 나타나는 암 징후 5가지(ABCDE 법칙)'를 통해 내 몸의 점이 안전한지, 아니면 당장 병원에 가야 하는 위험한 신호인지 구별하는 방법을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이 글을 끝까지 읽으시고 오늘 샤워하시면서 내 몸을 한번 꼼꼼히 체크해 보시기 바랍니다.

1. 피부암과 흑색종, 왜 무서운가?
피부암은 크게 기저세포암, 편평세포암, 그리고 악성 흑색종으로 나뉩니다. 기저세포암이나 편평세포암은 비교적 전이가 느리고 생존율이 높은 편이지만, 악성 흑색종은 이야기가 다릅니다.
흑색종은 멜라닌 세포가 암세포로 변하면서 발생하는데, 림프관이나 혈관을 타고 뇌, 폐, 간 등 다른 장기로 전이가 매우 빠르게 일어납니다. 문제는 이 흑색종이 초기에는 우리가 흔히 보는 '검은 점'과 매우 흡사하게 생겼다는 것입니다. 통증이나 가려움 같은 자각 증상도 거의 없어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눈으로 보고 구별하는 '시각적 진단'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2. 피부암을 알리는 5가지 핵심 신호 (ABCDE 법칙)
미국 피부과학회와 전 세계 전문가들은 피부암을 조기에 발견하기 위해 'ABCDE 법칙'을 기억하라고 강조합니다. 내 몸에 있는 점이 다음 5가지 특징 중 하나라도 해당한다면, 지체 없이 피부과 전문의의 진단을 받아야 합니다.
A (Asymmetry): 비대칭성
첫 번째 체크 포인트는 '대칭 여부'입니다. 양성 종양, 즉 일반적인 점은 중심을 기준으로 반으로 접었을 때 양쪽 모양이 데칼코마니처럼 거의 일치합니다. 둥글거나 타원형의 예쁜 모양을 하고 있죠. 하지만 흑색종이나 피부암의 경우, 점의 모양이 불규칙하고 중심을 기준으로 반으로 나누었을 때 양쪽의 모양이 서로 다른 '비대칭' 형태를 띱니다. 점의 한쪽이 찌그러져 있거나 툭 튀어나와 있다면 의심해봐야 합니다.
B (Border): 경계의 불규칙성
두 번째는 '경계선'입니다. 일반적인 점은 피부와 점의 경계가 아주 명확하고 매끄럽습니다. 어디까지가 점이고 어디서부터가 피부인지 확실히 알 수 있죠. 반면 악성 종양은 가장자리가 울퉁불퉁하거나, 톱니바퀴처럼 삐죽삐죽하거나, 경계가 흐릿하여 번진 듯한 느낌을 줍니다. 점의 끝부분이 모호하게 피부색과 섞여 있다면 위험 신호일 수 있습니다.
C (Color): 색상의 다양성
세 번째는 '색깔'입니다. 대부분의 일반 점은 한 가지 색(갈색, 검은색 등)으로 균일하게 이루어져 있습니다. 하지만 피부암 의심 병변은 점 하나 안에 두 가지 이상의 색상이 섞여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검은색, 갈색뿐만 아니라 붉은색, 회색, 청색, 심지어 흰색이 얼룩덜룩하게 섞여 있다면 멜라닌 세포가 비정상적으로 증식하고 있다는 증거일 수 있습니다. 점의 색이 균일하지 않고 얼룩덜룩하다면 주의 깊게 관찰하세요.
D (Diameter): 크기
네 번째는 '지름(크기)'입니다. 일반적으로 점은 크기가 작습니다. 의학적으로는 지름이 6mm 이상일 때 악성 흑색종일 가능성이 커진다고 봅니다. 6mm는 대략 연필 뒤에 달린 지우개의 지름 정도입니다. 물론 6mm보다 작은 흑색종도 발견되지만, 기존에 있던 점이 갑자기 커지거나 처음 발견했을 때 이미 6mm를 넘는 크기라면 조직 검사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E (Evolving): 변화
마지막이자 가장 중요한 다섯 번째 징후는 '변화'입니다. 사실 앞서 말한 4가지 특징보다 더 중요한 것이 바로 '변화의 유무'입니다.
- 오랫동안 있던 점의 모양이나 색깔이 최근 들어 변했다.
- 평평했던 점이 갑자기 툭 튀어(융기) 올랐다.
- 점의 크기가 눈에 띄게 커졌다.
- 점에서 피가 나거나 진물이 나고 딱지가 생긴다.
- 점 부위가 가렵거나 통증이 느껴진다.
이러한 변화가 감지된다면, 그것은 단순한 점이 아닐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성인이 된 후 새로 생긴 점이 계속해서 변한다면 반드시 병원을 찾아야 합니다.
3. 한국인에게 흔한 '손발톱 흑색종'
서양인과 달리 한국인을 포함한 동양인은 흑색종이 손바닥, 발바닥, 손톱, 발톱에 자주 발생합니다. 이를 '말단 흑색점 흑색종'이라고 합니다. 만약 손발톱에 검은 줄이 생겼는데, 그 줄의 폭이 점점 넓어지거나 큐티클(손톱 뿌리) 피부까지 검게 번지는 현상(허친슨 징후)이 나타난다면 이는 손발톱 무좀이 아닌 흑색종일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단순히 어딘가에 찧어서 생긴 피멍이라면 시간이 지나면 손톱이 자라면서 없어지지만, 흑색종은 사라지지 않고 점점 진해지거나 넓어집니다.

4. 피부암 예방을 위한 생활 수칙
피부암의 가장 큰 원인은 바로 '자외선(UV)'입니다. 과도한 자외선 노출은 피부 세포의 DNA를 손상시켜 암을 유발합니다. 예방을 위해서는 다음 수칙을 지키는 것이 좋습니다.
- 자외선 차단제 생활화: 외출 30분 전에는 반드시 선크림을 바르고, 2~3시간마다 덧발라 주세요. 흐린 날이나 겨울에도 자외선은 존재합니다.
- 태닝 주의: 인공 태닝은 자외선을 피부에 직접 쪼이는 것과 같아 피부암 발생 위험을 크게 높입니다.
- 자가 검진 습관: 한 달에 한 번, 샤워 후 전신 거울을 통해 내 몸의 점을 확인하세요. 등이나 머리카락 속처럼 잘 보이지 않는 곳은 가족에게 봐달라고 하거나 거울을 활용해 체크하는 것이 좋습니다.

5. 의심된다면 바로 피부과로
"에이, 설마 내가 암이겠어?"라는 안일한 생각이 병을 키울 수 있습니다. 피부암은 눈에 보이기 때문에 관심만 있다면 초기에 발견하기 가장 쉬운 암이기도 합니다.
오늘 알려드린 ABCDE 법칙(비대칭, 불규칙한 경계, 다양한 색상, 6mm 이상의 크기, 변화)을 꼭 기억해 주세요. 만약 이 중 하나라도 해당하거나, 뭔가 느낌이 쎄한 점이 있다면 주저하지 말고 피부과 전문의를 찾아 확대경 검사(더모스코피)를 받아보시길 권장합니다. 조직 검사 전, 간단한 확대경 검사만으로도 많은 정보를 알 수 있습니다.
여러분의 피부는 안녕하신가요? 오늘 저녁, 내 몸이 보내는 신호를 꼼꼼히 살펴보는 시간을 가져보시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