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 환자에게 콜레스테롤 관리는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 당뇨병과 이상지질혈증(고지혈증)은 ‘바늘과 실’처럼 따라다니는 경우가 많으며, 두 질환이 동반될 경우 심각한 심뇌혈관질환의 위험을 기하급수적으로 높이기 때문입니다. 본 글에서는 당뇨 환자에게 콜레스테롤 관리가 왜 그토록 중요한지, 목표 수치는 얼마인지, 그리고 건강한 관리를 위한 구체적인 방법은 무엇인지 심층적으로 알아봅니다.

당뇨병과 콜레스테롤, 위험한 동행의 시작
당뇨병은 혈당 조절 능력에 문제가 생기는 대사성 질환입니다. 하지만 당뇨병의 진짜 무서움은 혈당 그 자체보다 다양한 합병증에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치명적인 합병증으로 꼽히는 것이 바로 심뇌혈관질환(심장마비, 뇌졸중 등)이며, 이 질환의 주범이 바로 ‘나쁜’ 콜레스테롤, 즉 LDL 콜레스테롤입니다.
놀랍게도 국내 당뇨병 환자 10명 중 8명 이상이 이상지질혈증을 동반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이는 당뇨병이 단순히 혈당만의 문제가 아니라, 혈관 건강을 위협하는 콜레스테롤 문제와 직결되어 있음을 명확히 보여줍니다.
그렇다면 왜 당뇨병 환자는 콜레스테롤 문제에 더 취약할까요?
- 인슐린 저항성: 당뇨병의 주요 원인인 인슐린 저항성은 간에서 더 많은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을 생성하도록 만듭니다.
- 당뇨병성 이상지질혈증의 특징: 당뇨 환자의 콜레스테롤 문제는 일반적인 이상지질혈증과 다른 양상을 보입니다.
- 중성지방 증가: 혈액을 끈적이게 만들어 혈전 생성을 촉진합니다.
- HDL (좋은) 콜레스테롤 감소: 혈관을 청소하는 역할을 하는 HDL 콜레스테롤이 줄어듭니다.
- 작고 단단한 LDL (나쁜) 콜레스테롤 증가: LDL 콜레스테롤 수치 자체는 정상 범위일 수 있으나, 입자가 작고 단단해져 혈관벽에 더 쉽게 침투하고 염증을 일으켜 동맥경화증을 가속화합니다.
이러한 특징 때문에 당뇨 환자는 비당뇨인에 비해 심혈관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이 2~4배나 높게 나타납니다. 따라서 혈당 관리와 더불어 콜레스테롤 관리는 당뇨 환자의 생명과 직결된 매우 중요한 과제입니다.

내게 맞는 콜레스테롤 목표 수치 바로 알기
당뇨병 환자는 일반인보다 더 엄격한 콜레스테롤 관리 목표가 필요합니다. 개인의 건강 상태와 동반 질환 유무에 따라 목표 수치는 달라질 수 있으므로, 반드시 주치의와 상담하여 개인별 목표를 설정해야 합니다. 대한당뇨병학회 진료지침에 따른 일반적인 목표 수치는 다음과 같습니다.
| 구분 | 심혈관질환이 없는 당뇨병 환자 | 심혈관질환이 있는 당뇨병 환자 |
| LDL 콜레스테롤 | 100 mg/dL 미만 | 70 mg/dL 미만 |
| 중성지방 | 150 mg/dL 미만 | 150 mg/dL 미만 |
| HDL 콜레스테롤 | 남성 40 mg/dL 초과, 여성 50 mg/dL 초과 | 남성 40 mg/dL 초과, 여성 50 mg/dL 초과 |
특히, 이미 심근경색, 뇌졸중 등 심혈관질환을 경험했거나, 만성 신장질환, 고혈압, 흡연 등의 위험인자를 동반한 경우 더욱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며 LDL 콜레스테롤 목표를 70 mg/dL 미만, 경우에 따라 55 mg/dL 미만으로 더 낮게 설정하기도 합니다.

당뇨 환자를 위한 콜레스테롤 관리법 3가지
콜레스테롤 관리는 ‘생활 습관 개선’과 ‘약물 치료’라는 두 개의 큰 축으로 이루어집니다.
1. 식단 관리: 무엇을 먹고, 무엇을 피해야 할까?
콜레스테롤 관리에 있어 식단 조절은 기본 중의 기본입니다.
👍 추천하는 음식:
- 수용성 식이섬유가 풍부한 식품: 귀리, 보리, 현미 등 통곡물, 콩류, 사과, 버섯, 해조류(다시마, 미역) 등은 콜레스테롤의 체내 흡수를 방해하고 배출을 돕습니다.
- 불포화지방산이 풍부한 식품: 등푸른생선(고등어, 연어, 삼치)에 풍부한 오메가-3 지방산은 중성지방을 낮추고 혈행 개선에 도움을 줍니다. 또한, 아보카도, 견과류(호두, 아몬드), 올리브유 등도 좋은 선택입니다.
- 채소와 과일: 항산화 성분이 풍부하여 혈관의 염증 반응을 줄여줍니다. 특히 양파, 마늘 등은 혈액순환에 도움이 됩니다.
👎 피해야 할 음식:
- 포화지방과 트랜스지방: 붉은 육류의 지방, 버터, 가공육(소시지, 햄), 팜유, 마가린, 쇼트닝이 들어간 과자, 빵, 튀김류는 LDL 콜레스테롤 수치를 직접적으로 높이는 주범입니다.
- 콜레스테롤 함량이 높은 식품: 곱창, 대창 등 내장류, 계란 노른자, 오징어, 새우 등은 과도한 섭취를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다만, 최근에는 음식으로 섭취하는 콜레스테롤보다 체내에서 합성되는 양이 더 중요하다고 알려져 있어, 포화지방 섭취를 줄이는 것이 더 강조됩니다.)
- 단순당: 설탕, 액상과당이 많이 든 음료수, 과자, 아이스크림 등은 중성지방 수치를 높일 수 있어 주의해야 합니다.
2. 운동 요법: 꾸준함이 혈관을 건강하게 만든다!
규칙적인 운동은 HDL(좋은)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이고 중성지방을 낮추는 데 매우 효과적입니다. 또한, 체중 감량을 통해 인슐린 저항성을 개선하는 효과도 있습니다.
- 운동 종류: 걷기, 조깅, 자전거 타기, 수영 등 유산소 운동이 효과적입니다. 근력 운동을 병행하면 기초대사량이 높아져 더욱 좋습니다.
- 운동 강도 및 시간: 약간 숨이 찰 정도의 중강도로, 일주일에 5회 이상, 한 번에 30분 이상 꾸준히 실천하는 것이 권장됩니다.
3. 약물 치료: 전문의와 상담은 필수
생활 습관 개선만으로 목표 콜레스테롤 수치에 도달하기 어려운 경우, 전문의의 판단에 따라 약물 치료를 병행해야 합니다.
- 스타틴(Statin) 계열 약물: 콜레스테롤 강하제의 가장 대표적인 약물로, 간에서 콜레스테롤이 생성되는 것을 억제하여 혈중 LDL 콜레스테롤 수치를 효과적으로 낮춥니다. 일부 스타틴이 혈당을 약간 높일 수 있다는 보고가 있지만, 심혈관질환 예방 효과가 훨씬 크기 때문에 당뇨병 환자에게 적극적으로 처방됩니다. 반드시 의사의 처방에 따라 정해진 용량을 꾸준히 복용해야 하며, 임의로 중단해서는 안 됩니다.

당뇨병 환자에게 콜레스테롤 관리는 더 이상 선택 사항이 아닙니다. 혈당 관리만큼이나 중요하며, 건강한 미래를 위한 필수적인 투자입니다. 오늘부터라도 자신의 콜레스테롤 수치에 관심을 갖고, 건강한 식단과 규칙적인 운동을 시작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정기적인 검진과 전문의와의 상담을 통해 혈당과 콜레스테롤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 무서운 합병증으로부터 자유로워지시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