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내장 수술, 특히 다초점 인공 수정체 수술을 받은 환자분들이 가장 당황하고 힘들어하는 부작용이 바로 '빛 번짐(Halo & Glare)'입니다. 가로등이나 신호등 주변에 동그란 테두리(달무리)가 생기거나, 빛이 사방으로 퍼져 보이는 현상 때문에 야간 운전이 무섭다고 호소하시기도 합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네, 대다수의 경우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집니다." 하지만 그 이유와 적응 기간은 삽입한 렌즈의 종류와 개인의 눈 상태에 따라 다릅니다. 이 현상이 왜 생기며, 언제쯤 사라지는지, 그리고 병원 치료가 필요한 경우는 언제인지 명확하게 정리해 드립니다.

빛 번짐은 왜 생기는 걸까?
수술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 다초점 렌즈의 태생적인 특성인 경우가 많습니다.
- 회절 현상 (렌즈 디자인): 다초점 렌즈 표면을 자세히 보면 나이테 같은 동심원 고리가 깎여 있습니다. 이 고리가 빛을 원거리, 중간거리, 근거리로 쪼개주는 역할을 하는데, 이 과정에서 빛이 산란되며 어두운 곳에서 불빛 주변에 띠가 보이는 '회절 현상'이 발생합니다.
- 동공 크기: 밤이 되면 우리 눈의 동공이 커집니다. 이때 커진 동공이 렌즈의 회절 고리(나이테) 부분보다 더 넓어지면 빛 번짐이 더 심하게 느껴집니다.
- 안구 건조증: 수술 직후에는 각막이 부어있고 건조해지기 쉽습니다. 각막 표면이 거칠어지면 난반사가 일어나 빛 번짐이 일시적으로 심해집니다.
뇌 적응의 마법: 1~3개월의 법칙
물리적으로 렌즈의 나이테가 없어지는 것은 아닌데, 왜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진다고 할까요? 바로 우리 뇌의 '적응 능력(Neuro-adaptation)' 때문입니다.
- 초기 (1달 이내): 뇌가 새로운 시각 정보(빛 번짐)를 낯선 '노이즈'로 인식하여 예민하게 반응합니다. 이때가 가장 불편한 시기입니다.
- 적응기 (3~6개월): 마치 시계 초침 소리가 처음에는 거슬리다가 나중에는 들리지 않는 것처럼, 뇌가 빛 번짐 현상을 불필요한 정보로 분류하여 스스로 무시(Suppress)하기 시작합니다. 이를 '뉴로 어댑테이션'이라고 합니다.
- 결론: 보통 수술 후 1개월 차에 증상이 가장 심하다가, 3개월이 지나면 서서히 옅어지고, 6개월 정도가 되면 의식하지 못할 정도로 편안해지는 것이 일반적인 코스입니다.
빛 번짐 적응을 돕는 생활 관리법
적응 기간 동안 마냥 참기보다는 적극적으로 관리하면 불편함을 줄일 수 있습니다.
- 인공눈물 자주 넣기 (필수): 안구 건조증은 빛 번짐을 2배 더 심하게 만듭니다. 눈 표면을 매끄럽게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난반사가 줄어듭니다.
- 야간 운전용 안경 착용: 노란색 틴트가 들어간 안경(가디언 렌즈 등)은 청색광을 차단하고 대비 감도를 높여주어 야간 운전 시 눈부심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 적응 훈련: 밤에 가로등이나 불빛을 일부러 피하기보다는, 뇌가 적응할 수 있도록 편안한 마음으로 일상생활을 유지하는 것이 적응을 앞당깁니다.
시간이 지나도 안 없어진다면?
6개월이 지났는데도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빛 번짐이 심하거나, 잘 지내다가 갑자기 빛 번짐이 생겼다면 단순 적응 문제가 아닐 수 있습니다.
① 후발 백내장 (가장 흔한 원인)
수술 후 몇 개월 혹은 몇 년 뒤에 수정체를 감싸고 있는 주머니(후낭)가 혼탁해지는 현상입니다. 시야가 다시 뿌얘지고 빛 번짐이 심해집니다.
- 해결: 수술이 아니라 외래에서 '야그(YAG) 레이저' 시술로 혼탁한 막을 톡 터뜨려주면 1분 만에 깨끗하게 해결됩니다.
② 잔여 난시
수술 시 난시가 완벽하게 교정되지 않았거나, 렌즈가 눈 속에서 살짝 회전한 경우입니다.
- 해결: 안경 착용으로 교정하거나, 심한 경우 렌즈 위치를 조정하는 시술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③ 렌즈 중심 이탈 (드문 경우)
인공 수정체가 정중앙에 위치하지 않고 삐뚤어진 경우, 빛이 렌즈 가장자리에 굴절되어 심한 광학적 이상 현상을 유발합니다. 대학병원급 검진이 필요합니다.
요약 및 조언
백내장 수술 후 빛 번짐은 '부작용'이라기보다 다초점 렌즈를 선택했을 때 따라오는 '적응 과정'에 가깝습니다.
- 수술 3개월 이내라면: 너무 불안해하지 마시고 인공눈물을 잘 넣으며 뇌가 적응할 시간을 주세요. 90% 이상의 환자분들은 시간이 해결해 줍니다.
- 야간 운전이 직업이라면: 애초에 빛 번짐이 거의 없는 단초점 렌즈나 연속초점(EDOF) 렌즈를 선택하는 것이 현명합니다.
- 갑자기 증상이 생겼다면: 주저 말고 병원에 가서 후발 백내장 여부를 확인하고 레이저 시술을 받으세요.
빛 번짐은 분명 불편한 손님이지만, 대부분 시간이 지나면 떠나는 손님입니다. 너무 예민하게 신경 쓸수록 뇌의 적응이 늦어질 수 있으니, 마음을 편하게 가지시길 바랍니다.
